잠은 잤는데 오후만 되면 꺼지는 몸, 무엇부터 봐야 할까요

본문

오후 세 시쯤, 책상 앞에서 한 번 멈추게 된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눈은 화면을 보고 있는데 머리가 같이 안 돌아가는 느낌. "잠을 못 잔 것도 아닌데 오후만 되면 몸이 꺼져요." 날이 선선해지면서 이런 말씀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럴 때 저희는 "피로에 좋은 한약"을 먼저 찾지 않습니다. 지금 몸이 새고 있는지, 들어와도 고이지 않는지, 아니면 막혀 있는지. 이 방향부터 정하고 시작합니다. 방향이 반대면 좋은 약도 오히려 더 지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10월로 접어들면서 아침과 낮의 기온 차이가 10도를 넘는 날이 생깁니다. 바깥 온도가 어떻게 변하든 몸 안의 온도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혈관을 좁혔다 넓혔다 하고, 근육의 긴장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몸이 계속 맞춰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조절은 쉬는 동안에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평소와 똑같이 지내도 하루가 끝날 무렵 남는 여력이 다릅니다. 여기에 여름 동안 땀으로 많이 내보낸 상태가 겹치면 가을 초입에 유독 힘들어지십니다.

다만 이걸로 전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같은 날씨를 겪어도 어떤 분은 아침이 힘들고 어떤 분은 오후가 힘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피곤하다"는 말씀을 한 덩어리로 듣지 않고, 하루 중 어느 시간에 무너지는지를 여쭤봅니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분은 밤사이 회복이 덜 된 것인지, 원래 아침에 몸이 늦게 올라오는 것인지를 나눠 봅니다. 오후 두세 시에 꺼지는 분은 식사 뒤 소화에 에너지가 많이 쓰이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밤이 되면 오히려 말똥해지는 분은 쉬는 쪽보다 긴장을 내려놓는 쪽을 먼저 봐야 합니다. 세 가지는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같은 "기운 나는 약"을 드려도 결과가 같지 않습니다.

진료실에서는 증상보다 먼저 생활의 몇 가지를 여쭙습니다. 요즘 입맛이 어떠신지, 식사량이 줄었는지 그대로인지. 땀을 흘리고 나면 개운하신지 오히려 지치시는지. 아랫배와 손발이 서늘한 편인지. 그리고 이 상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질문들이 방향을 갈라 줍니다. 셋 다 겉으로는 똑같이 "기운이 없다"로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만 듣고는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땀을 흘리고 나면 유독 지치고 입맛까지 떨어져 있는 분이라면, 지금은 채우는 것보다 새는 것을 먼저 막아야 하는 상태입니다. 반대로 아랫배가 서늘하고 조금만 무리해도 아래로 빠지는 느낌이 있다면, 들어온 것이 제대로 고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모아 주는 것과 속을 데워 주는 것을 함께 봐야 합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들기까지 오래 걸린다면, 채우기 전에 막힌 쪽을 먼저 풀어야 합니다. 여기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막힌 것을 풀어 주는 방향과 비워진 것을 채우는 방향은 서로 반대입니다.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증상은 잠시 나아져도 기운은 오히려 더 빠집니다. "좋다는 걸 챙겨 먹었는데 오히려 더 처졌다"는 말씀이 여기서 나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같은 분이라도 봄에 잘 맞던 것과 가을에 맞는 것이 다릅니다. 여름 내내 도움이 되던 방향이 찬 바람 불고 나서는 그대로 맞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이 약 먹고 좋았는데요" 하시면 그때 어떤 상태였는지부터 다시 여쭙습니다. 그리고 한약은 평생 드시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는 구간에 방향을 잡아 주는 쪽에 가깝고, 그 구간이 지나면 같은 약을 계속 드셔도 처음 같은 변화는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첫 진료에서 대략 어느 정도 기간을 보고 있는지, 어떤 변화가 먼저 나타날지를 함께 말씀드립니다.

이런 경우라면 한번 살펴보실 때입니다

- 잠은 잤는데 아침에 개운한 느낌이 없다
- 오후 특정 시간대에 유독 급격히 가라앉는다
- 아침저녁 쌀쌀해진 뒤로 회복이 눈에 띄게 더디다
- 땀을 흘리고 나면 시원하지 않고 더 지친다
- 좋다는 것을 챙겨 먹었는데 오히려 더부룩하거나 더 처졌다

두 가지 이상 해당되신다면 쉬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을 한번 짚어 볼 때입니다. 다만 체중이 뚜렷하게 줄거나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함께 있다면 피로와는 다른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미루지 마시고 진료를 통해 원인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저희도 이런 경우에는 한약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상태부터 살피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사가 가능한 기관과 연계해 확인해 드립니다.

가을에 몸이 처지는 것을 나이 탓으로 넘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해마다 이맘때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무너진다면, 그건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하루 중 언제 가장 힘든지, 요즘 입맛과 땀은 어떤지, 이 두 가지만 기억해 오셔도 진료가 훨씬 빨라집니다. 안산 선부동 홍한의원에서 그 방향부터 함께 잡아 드립니다.

상담 문의 031-401-0990

본 게시물은 의료광고법을 준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한약을 비롯한 모든 치료는 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한약 복용 중 소화 불편, 묽은 변, 속쓰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이 있으면 반드시 알려 주시고, 치료 방향은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